부케에 대한 로즈 라우더의 소개로즈 라우더 작성
박규재 옮김

〈부케〉 연작은 내가 특정한 영화를 위해 한 롤을 촬영하고 나면, 끝에 항상 조금의 필름이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시작되었다. 또한 나는 종종 촬영하고 싶다고 느끼는 어떤 장소를 보게 되었지만, 그곳에서 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구현하기 위해 긴 영화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첫 번째 열 편의 〈부케〉는 내가 우연히 지나가다가, 각기 다른 이유로 흥미롭다고 느낀 장소들에서 촬영되었다. 나는 〈키프로코〉(1992)와 〈즉흥곡〉(1989)에서 시작된 기법을 발전시켰는데, 하나의 필름 롤을 여러 번 카메라에 통과시키며 매번 서로 다른 프레임을 노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여기서의 차이는, 더 이상 매번 동일한 구도로 프레이밍된 이미지들을 서로 엮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부케〉에는 몽방투의 풍경, 산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 해발 1912미터의 정상, 그리고 그곳에서 사탕이나 여러 물건을 사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함께 등장한다. 따라서 이 〈부케〉는 대체로 같은 지역에서 포착된 서로 다른 장면들을 뒤섞어 보여준다. 나는 정확히 동일한 장소를 서로 다른 시간에 촬영한 쇼트들을 섞은 것이 아니라, 같은 넓은 범주 안에 속하는 서로 다른 장소들을 촬영한 쇼트들을 결합했다.

또한 이 연작에는 카마르그 지역에서 촬영된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나는 많은 꽃들과, 해변에 정교하게 채색된 여름 별장들이 있는 한 장소를 발견했다. 그중 하나에는 풍차와 그 문, 그리고 전형적인 사이프러스 나무 옆에 투우사와 황소가 그려진 그림이 있으며, 전체가 밝은 노란색 배경 위에 그려져 있다. 〈부케〉 연작에서 병치되는 장면들은 대체로 장소의 통일성을 지닌다.

촬영은 기본적으로 필름 스트립을 하나의 캔버스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스트립의 어느 부분이든 어떤 순서로든 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필요한 만큼 여러 차례 필름을 카메라에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각각의 부케는 동시에 하나의 필름 프레임들의 부케이기도 하다. 동일한 필름을 여러 번 카메라에 통과시키면서 서로 다른 시점과 장소에서 롤의 서로 다른 부분을 노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미지가 이미 노광되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촬영 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무엇을 촬영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기록하지 않고서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촬영하면서 채워 넣을 수 있는 일종의 도표 체계를 점차 만들어냈고, 그 안에 내가 촬영한 프레임 수를 기록했다. 이후 촬영 중 연필로 적어둔 내용을 노트로 옮겨 적어 정보를 보존한다. 이 도표에는 이미 촬영된 프레임의 정확한 수를 기록해 두어, 이후 다시 같은 롤을 사용할 때 이전에 무엇을 노광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한다.

나는 거의 항상 늦은 봄과 여름에 촬영하는데, 추운 날씨에서는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창이 생기기도 하고, 겨울에는 식생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케〉 전체에는 어떤 계절적인 통일성 같은 것이 생기는데, 이는 종종 농업의 세계에 기반한다. 겨울에는 작물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농장에서 같은 종류의 일을 하지 않는데, 내 영화 작업도 그렇다.

이후의 〈부케〉에서는 거의 모든 이미지가 생태적인 장소에서 촬영된 것이다. 대개 유기농 농장이라면 촬영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다. 그것은 강일 수도 있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들은 특정한 장비를 사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일부는 스위스에서, 일부는 프랑스에서, 또 일부는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었다. 그러나 각각의 〈부케〉 안에는 실용적인 이유로 장소의 통일성이 유지된다. 서로 다른 나라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장면들을 섞는 일은 보통 하지 않는데, 그렇게 하려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작업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것들을 탐색하고자 한다. 거의 모든 〈부케〉는 1분 길이이며, 경우에 따라 몇 프레임 정도 더 길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확히 1440프레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분이라는 시간 안에서도 매우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며, 1440개의 이미지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한다.

나는 이 작품들을 열 편씩 하나의 묶음으로 배급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부케〉들이 단독으로 상영되거나 두세 편씩 함께 상영되기도 한다. 때로는 개별적으로 대여되어 '진지한' 영화들 사이에서 일종의 구두점처럼 상영되기도 하는데, 한 번은 아르테 채널이 그렇게 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진짜' 영화들 사이에 놓인 몇 송이 꽃과 같은 셈이다.

이 연작은 매우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되었으며, 내가 촬영한 것과 최종적으로 선택해 남긴 것 사이의 비율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쓸 수 없었던 롤들도 있다. 그 대부분은 내가 원했던 조건에 맞는 빛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부케 21–30〉으로 번호 매겨진 두 번째 연작은 실제로는 〈부케 11–20〉으로 번호 매겨진 세 번째 연작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내가 〈부케 11–20〉을 시작한 이후 그중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연작을 완성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던 장소에 갈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고, 실제로 촬영을 진행한 장소가 내가 의도한 작업에 적합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기본적인 원리는 〈부케 1–1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정한 장소로 가서 그 안에서 촬영한 프레임들을 병치하는 방식이다. 다만 〈부케 21–30〉, 그리고 이어지는 〈부케 11–20〉에서의 차이는, 이 작품들이 생태적인 장소들에서 특정한 대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부케 1–10〉과 달리, 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촬영된 것이 아니다. 여기서의 장소들은 〈키프로코〉에 등장하는 정유 공장이나 발전소와는 달리, 지구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무언가가 재배되는 곳들이다. 이 작품들은 유기농 농장과 같은 장소들을 중심으로 한다.

한 가지 예로 이탈리아 리구리아의 한 농장이 있다. 나는 아드리아 해 연안의 리미니 근처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초청받았고, 그곳까지 이틀에 걸쳐 차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가는 길에 유기농 농장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나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리미니로 이동했다. 그 농장이 특히 마음에 들어 나중에 다시 돌아와 그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부케 11–20〉의 일부는 〈정원 쪽으로〉(2007) 이전에 촬영되었지만, 이후 나는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로 그것들을 열 편의 연작으로 묶었다. 각각 개별적으로 상영할 수도 있었지만, 프로그래머로서 나는 1분짜리 영화를 대여하는 것이, 특히 단편 영화 전체 상영을 기획할 경우, 비용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열 편의 〈부케〉를 하나로 묶은 이유 중 하나였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날씨가 따라주지 않거나, 시각적으로 내가 필요로 하는 다양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사전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때로는 계획 단계에서 어떤 장소가 훌륭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제로 가 보면 완전히 황량하여 식물이나 꽃이 전혀 없거나 매일같이 비가 내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필름 롤이 현상소에서 돌아오면 그것이 쓸 만한지 여부는 곧바로 알 수 있지만, 그 전에 미리 알 수는 없다. 때로는 촬영을 하면서 지금의 상황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를 보고 나면 크게 실망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분명 흥미로울 것이라고 확신하며 먼 거리를 이동해 촬영하러 가지만, 막상 도착해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촬영하면서는 잘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시도가, 결과를 보면 괜찮은 경우도 있다.

모든 〈부케〉에 공통된 점은,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1분 길이, 1440프레임의 필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촬영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도 편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다른 작품의 제작 과정과 겹쳐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부케 19〉는 〈소금의 꽃〉(2010)을 위해 소금 수확을 촬영하던 중 머물고 있던 농장에서 촬영되었다. 나는 보통 여러 편의 영화를 동시에 작업하며, 특정한 순간에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한 것을 촬영한다. 그리고 같은 장소를 여러 차례 다시 찾게 되면, 그곳은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부케 11–20〉의 열 편의 작은 작품들(각각 1440프레임이며, 〈부케 16〉만은 23프레임, 즉 거의 1초 정도 더 길다)은 〈부케 1–10〉과 〈부케 21–30〉에서 시작된 작업을 이어간다. 이는 촬영된 현실의 시각적 요소들을 카메라 내부에서 엮어, 영화 이미지의 특정한 특징들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가 서술이나 추상의 전통적인 역할 바깥에 놓인 어떤 경계에 서게 되기를 기대한다.

〈부케 31–40〉(2014–2022) 역시 이전의 〈부케〉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장소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는데, 이들 장소는 다양한 이유에서 생태적인 성격을 지닌다. 이 연작은 프랑스의 아르데슈, 알프드오트프로방스, 타른, 보클뤼즈, 그리고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등에서 촬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