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환 옮김
■ 강연 소개
2026년 5월 30일 토요일, 앤 레이놀즈(Ann Reynolds)가 《강연들: 너새니얼 도어스키, 홀리스 프램튼, 로버트 스미스슨》 기획의 일환으로, 강연 “로버트 스미스슨의 〈호텔 팔렝케〉”를 진행하고자 방한 및 KU시네마테크에 방문할 예정이다. 본 강연의 통역은 뉴욕-부산 기반 영화연구자 제임스 피어슨(James Pearson)이 맡을 예정이다.
■ 강연자 소개
앤 레이놀즈는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가르친다. 그녀는 현재 『어떤 전체를 상상하며(Imagining an Altogether)』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 중이다. 이는 주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매개로 하여 초현실주의와 그 유산에 대한 공통되면서도 이질적인 헌신 속에서 형성된 뉴욕의 예술가 및 작가들 사이의 세대 간 관계의 역사를 다룬다. 또한 『로버트 스미스슨: 뉴저지와 그 밖의 장소들에서의 학습(Robert Smithson: Learning from New Jersey and Elsewhere)』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창문은 사실 우리가 그곳에 보러 간 것들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강연에서는 그 신전들을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직접 가서 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텔 팔렝케에 가서 마야인들이 여전히 어떻게 건물을 짓고 있는지를 배웠으면 합니다. 그 구조는 전형적인 마야 신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복잡성과 공포를 동일하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 창문은, 겉으로 보기엔 쓸모없는 창문이지만, 멕시코적 기질에 관한 온갖 진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슬라이드 서른 한 장, 이 행사 대부분의 과정을 담은 오디오 카세트 녹음, 그리고 발표 내용의 절반 가량을 스미스슨이 손으로 옮겨 쓴, 다소 보완된 필사본이 현재 남아 있다. 슬라이드와 오디오는 디지털로 동기화되어 1993년부터 〈호텔 팔렝케〉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공개되고 있다. 〈호텔 팔렝케〉는 스미스슨이 직접 그린 호텔 평면도 그리고 1969년 《아트포럼》에 발표한 에세이 「유카탄에서의 거울-여행의 단편들」과 함께, 많은 이들이 그 장소를 직접 찾아가도록 영감을 주었고,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출발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슬라이드 영사라는 본래의 매체를 통해, 그리고 청중의 질의응답까지 포함된 비연속적이고 불완전한 오디오 녹음을 통해 스미스슨의 강연을 경험하는 것은, 이후 그것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재맥락화되어 공개되는 방식으로는 줄 수 없는 관점을 제공한다. 환등기 소리 그리고 살아 있는 청중의 움직임과 반응 같은 환경음을 통해 본래의 맥락을 환기시킴으로써, 그리고 이미지와 설명을 실시간으로 맞춰 나가야 하는 불편한 경험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그러하다. 비록 그것을 최초로 경험했던 관객들과는 다른 시간에 있는 것이지만.
약 250명의 학생, 교수진, 교직원이 유타 대학교 순수예술 강당에서 이 약 42분 분량의 강연을 들었다. 스미스슨은 스카치 한 잔을 곁에 두고 무대 위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녹음된 스미슨의 목소리 톤과 속도는 마치 즉흥적으로 말하는 듯 들리지만, 그의 글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는 타인의 이야기와 개념적 접근을 확장하고 있다. 마야와 멕시코에 관해 그가 읽은 책들, 그리고 스미스슨, 홀트, 드완과 함께 여러 고대 마야 유적지를 동행한 현지 여행 가이드의 선정적이고 신화화된 독백들이 해당한다. 스미스슨이 경관 속에 잠재하는 폭력이나 콜럼버스 이전의 과거에 사로잡힌 나라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은, 1968년 멕시코시티 틀라텔롤코 학살에 대한 그의 인식과 스미스슨이 소장하고 있던, 최근에 번역된 옥타비오 파스의 산문시집 『독수리냐 태양이냐?』를 상기시킨다. 스미스슨, 홀트, 드완은 스페인어도 원주민 언어도 구사하지 못하는 미국인 관광객이었으며, 고대 유적지로 향하는 통행 가능한 도로가 비교적 새로 생긴 때, 그리고 관광이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우연히도 팔렝케를 방문했다. 스미스슨의 강의로부터 1년 후인 1973년에는 첫 번째 팔렝케 메사 레돈다(Mesa Redonda de Palenque)가 개최되었다. 참석자로는 미술사학자 조지 쿠블러와 젊은 린다 셸레, 피터 매슈스가 있었는데, 이들은 세심한 상형문자 해독 작업을 통해 팔렝케의 여섯 왕조 통치자들의 이름 뒤에 담긴 개인의 생애를 밝혀냈다. 이로써 스미스슨이 참고했던 많은 책들은 구식이 되어 버렸다. 오늘날 이 아날로그적 경험을 다시 돌아보는 일은, 비록 간접적으로라도, 스미스슨이 즐겨 썼던 하나의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역전된 폐허(the ruin in reverse)’다.
앤 레이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