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환 옮김
지난 주, 9월 초, 저는 평소와 같이 바드 칼리지에서 학기 첫 수업을 시작하려 했습니다. 강의 계획서를 나눠주고, 모두 책상 주위에 둘러 앉아 자기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그곳의 학생 대부분이 피터에게 수업을 들어왔었거나, 혹은 적어도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몇몇 고학년들은 피터와의 관계를 통해 영화에 대한 총체적인 흥미를 키운 유형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가르침 아래에 있다는 것은, 유튜브 세계의 무분별한 즉흥성으로부터의 피난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평생에 걸친 체계적인 촬영의 실천이라는, 흔치 않은 길을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필름메이킹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거대한 아이디어보다는 눈을 훈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더 관련이 있습니다. 필름메이킹이란 상시적인 실천이므로, 이를 통해 매일 대면하는 사물을 더 깊게 보는 법을 익히거나, 완전히 낯선 곳으로 가서 그곳을 경험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따라서, 화요일, 모든 피터의 흔적이 교실 안에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고, 그의 부재가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아마도 저희는 같은 것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없이 이 일이 진행될 수 있을까?” 제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어야 할 지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저는 피터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가 저에게 해준 말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와 그의 아내 카롤리나가 살고 있는 티볼리에 있는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저는 오리건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를 보게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멀리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제 손을 움켜쥐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너답게 있어(just keep being yourself).” 그 순간 그렇게 전해준 것은 매우 사려 깊은 말이었고, 그의 학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멋진 메시지였습니다. “그냥 너답게 있어라.”
하지만 그곳에 앉아서, 저는 그 어떠한 말도 꺼낼 수 없었고, 안경에는 김이 서렸습니다. 결국 한 여학생이 나서서 강의계획서를 소리 내 읽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저희는 수업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 일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저희가 서로를 도우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죠. 피터가 친구들의 안부 인사가 이어질 때 했던 말처럼 말입니다: “사랑의 기차는 계속해서 달려온다.”
예전에 그의 사무실에서 그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 여학생이 나쁜 학점을 받았다는 이유로 울면서 들어왔던 일이 기억납니다. 피터는 담배를 말면서, 담배를 내려다보며, B학점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망칠지에 관한 그녀의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었습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피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 누가 그런 걸 신경 써? 이번주에는 뭘 찍었니?” 그러자 여학생은 자신이 찍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피터는 그것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학점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어디선가 그를 순수주의자(purist)라 부르는 글을 읽었습니다. 저는 늘 피터가 그저 자신만의 특별한 것을 행하는 특별한 예술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 동안 저는 행운을 느꼈으며, 앞으로 그와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그가 허둥대거나 서두르는 일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의 전체적인 시간 감각은 정말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사려 깊은 친구이자, 매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며,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때때로 그는 정말 웃긴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그가 제 강아지를 놀아주다가 막대기를 일부러 전화국 건물 뒤의 물웅덩이에 던졌습니다. 그러곤 웃으며, 가식적으로 “오, 이리 와, 루시, 아가야, 거기로 가지마”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저는 하얗고 냄새나는 강아지를 이끌고 귀가해야 했죠. 그는 공강 시간에 영화과 건물 뒷골목에서 학생들과 동전을 던지며 놀았고, 그들의 세탁비와 담뱃값을 뺏는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는 매 학기 마다 다른 차를 빌려서 몰고 다녔습니다. 한 번은 발 밑으로 도로가 보이는 벤을 몰았는데, “응, 발을 그냥 들고 있는 게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제가 그의 목소리를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목소리는 전쟁 영화를 만드는 동안, 그리고 가르치는 10년 동안, 제 어깨 너머로 항상 들려왔습니다. 그가 저를 제대로 된 길로 이끌고, 진솔하게 나아가게끔 노력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냥 너답게 있어.”
안녕히, 피터 허튼.
Ahoy, Peter Hutton.